개구충제, 암 환자의 선택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개구충제 복용, 도움이 될까? 복용 시 유의점

개구충제가 모든 암 환자에게 똑같은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간독성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여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개구충제 복용으로 폐암 완치한 사례

강아지 구충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인터넷에 말기 소세포폐암 환자가 강아지 구충제로 완치되었다는 경험담을 올렸고, 이것이 미국 TV에 방영되었습니다. 이 내용이 유튜브를 통해서 국내에도 소개되었습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사는 60대 환자 ‘조 티펜스’라는 사람은 소세포폐암으로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받았습니다.

간, 췌장, 방광, 위, 뼈 등 전신으로 암이 전이되어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펜벤다졸’이라는 강아지 구충제를 복용한 후에 암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내용입니다.

개구충제, 펜벤다졸의 작용기전

펜벤다졸은 개나 고양이를 비롯하여 동물의 구충제로 개발되었습니다. 10여 년 전부터 암 치료에 대해서 많은 실험이 시도되었고, 실제로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발표한 논문도 몇 개 있습니다.

이번 유튜브에 이 논문도 함께 소개되었습니다. 아마 비전문가에 의해서 가장 많이 검색된 논문으로도 이름을 올릴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논문에 의하면 펜벤다졸은 세포 내의 미소세관에 작용하는 약제입니다. 이미 현대의학에서 처방되고 있는 빈크리스틴 같은 빈카 알칼로이드계 항암제나 파클리탁셀 등 탁솔 계열 항암제와 비슷한 작용기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험에 의하면 간독성 외에는 별다른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조 티펜스도 장기간 복용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부작용을 경험하지 않은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펜벤다졸은 미국에서 생산된 ‘파나쿠어’, 국내에서 생산된 ‘옴니쿠어’가 있습니다. 두 약제가 용량과 제형만 다를 뿐 성분은 똑같다고 합니다.

이번에 SNS를 통해 화제가 되면서 이 약제는 말기 암 환자들의 구매 폭주로 완전히 동났다고 합니다. 따라서 미국에 직구를 통해 구매해서 복용하려는 환자도 많다고 합니다.

사실 말기 암 환자가 어떤 특별한 약이나 식품을 먹고 암이 완치되었던 사례는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구충제 사건은 SNS의 위력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구충제 전에도 수많은 약이 소개되었고, 사실 펜벤다졸보다 훨씬 더 많은 암 환자들이 기적적으로 완치된 사례들이 소개되었습니다.

훌다 클락 박사의 ‘재퍼’ 치료, 요한나 드비히 박사의 ‘부드비히’ 식이요법, 막스 거슨 박사의 ‘거슨요법’가 있습니다. 또 ‘에시악 차’, ‘디클로로 아세테이트’, ‘염화 세슘’, ‘베이킹소다’, ‘폴리 MVA’, ‘하이드라진 황산염’, 저용량 ‘날트렉손’, ‘레트릴(아미그달린)’ 등이 유명합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환자가 실천했거나 현재 실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양자의학도 아직 현대의학의 범주에 들진 못했지만, 신기할 만큼 효과를 보인 증례가 많습니다.

펜벤다졸 복용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

현대의학적 표준치료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절박한 말기 암 환자가 펜벤다졸을 선택하려 한다면 만류할 의사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의사가 그 약의 복용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류하고 싶지만 대안이 없기 때문에 절박한 환자의 선택을 방임할 수밖에 없을 따름입니다.

펜벤다졸이 조 티펜스와 댓글로 확인된 수십 명의 말기 암 환자는 치료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장기간의 추적이 아니기 때문에 완치 여부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일단 호전은 되었다는 것인데, 모든 암 환자에게 똑같은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간독성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여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호전되지 못한 사람들은 인터넷에 자기 소식을 올리고 있지 않기 때문에 효과를 본 사람과 못 본 사람의 비율을 알 수가 없습니다.

의약품의 개발과정

여기서 의약품의 개발과정을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어떤 약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증례가 발표된 후에는 임상시험을 통해 그 약의 안전성, 부작용, 용량 결정, 다른 약과의 상호작용 등을 알아내기 위해서 임상시험을 합니다. 실험실 연구에서 효과가 입증되면 동물시험을 수행하고, 동물시험에서도 똑같은 효과가 나오면 인체시험을 시행하게 됩니다.

제1상은 최초로 사람에게 투여하는 시험이고, 제2상은 환자군에서 치료적 유효성을 탐색해서 가능한 용량과 투여 기간 설정을 위한 다양한 정보수집을 목적으로 합니다.

제3상은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증하기 위한 것이고, 마지막 제4상은 품목허가 후에 허가사항의 범위에서 수행하는 시험 등을 거치게 됩니다.

처음에는 깜짝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았지만, 임상시험동안 부작용이 심하거나, 기존 약제에 비해 더 낫다는 증거가 없어서 도태되는 약제가 매우 많습니다. 오죽하면 임상시험의 대상이 된 약제 중 최종적으로 시판 허가가 나는 약제는 1%도 안 될 정도라고 하겠습니까.

저도 펜벤다졸의 복용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말기 암 판정을 받은 암 환자가 펜벤다졸을 복용하겠다는 것을 만류할 수는 없습니다.

제 환자가 펜벤다졸을 복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제가 반대를 천명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제 환자 중 몇 사람은 펜벤다졸을 복용 중인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펜벤다졸 복용 시 유의점

다만 안전성에 대해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첫째, 인터넷에 소개된 내용은 수십 명의 증례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SNS가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완치 증례가 알려져 있습니다.

아직 주류의학에 포함되지 못한 치료법들도 많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보호자나 가족과 충분히 상의해서 결정하길 바랍니다.

둘째, 펜벤다졸은 동물에서의 사용 결과 큰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람에게 객관적으로 사용된 예가 없습니다. 조 티펜스와 댓글에 소개된 수십 명의 사용 경험으로 부작용이 경미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서양 사람과 한국 사람은 인종뿐만 아니라 식사와 생활 습관이 다릅니다. 같은 사람이긴 하지만, 생리작용이 아주 다릅니다.

동물 임상시험에서 밝혀진 바로 간독성과 골수억제 작용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사람에게도 그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간 기능 검사와 혈구 검사를 수시로 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펜벤다졸은 객관적인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약제이므로 다른 약제와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조 티펜스는 비타민E, 카나비디올 (Canabidiol, CBD), 커큐민 등을 같이 복용했다고 합니다. 펜벤다졸은 암 환자들이 복용하는 다양한 건강보조식품의 성분과 나쁜 상호작용을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펜벤다졸을 복용하는 동안 다른 약제나 건강식품 섭취에 매우 유의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절박한 말기 암 환자의 펜벤다졸 복용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리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암칼럼더보기
No comments
Write CommentLIST
WRITE COMMENT

위로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