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내면 안 됩니다, 암환자의 대변관찰법

그냥 보내면 안 됩니다, 암환자의 대변관찰법

“건강관리를 위한 여러 가지 습관 중 대변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습관 중 하나라는 것을 강조 드리고 싶습니다.”

건강관리의 중요한 습관 중 하나, 대변 관찰

“대변 보십니까?”라고 하면 ‘세상에 대변을 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라며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똥을 누는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창조물을 살펴보는지 아닌지를 묻는 것입니다.

환우들에게 물어보면 자신의 몸이 만든 파생물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르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특히 젊은 여자 중에 대변을 본 후 변기 속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물을 내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또 어떤 환우들은 의사가 별걸 다물어본다는 식으로 황당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있으며, 심지어는 회진 시간에 여러 사람 앞에서 그걸 물어본다며 화를 내는 사람까지 있습니다.

그런데, 건강관리를 위한 여러 가지 습관 중 대변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습관 중 하나라는 것을 강조 드리고 싶습니다.

감염병이 유행할 때는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을 자주 씻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다른 의사들에게 건강을 위한 습관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한 가지를 말해 달라고 질문해 보면 소식, 운동, 채식 등 다양한 답들이 나오는데요. 그 중 ‘대변보기’라고 대답하는 의사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만큼 대변은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주고 있다는 말입니다.

대변은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척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면 배우 이병헌이 궁중에서 대변을 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매화틀이라 불리는 휴대용 변기에 앉아서 대변을 봐야 하는데, 궁녀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서 황당해하다가 도저히 더 참지 못하고 대변을 봅니다.

대변을 보고 나니 궁녀들이 일제히 ‘감축드리옵니다~!’라고 축하드린 뒤 어떤 상궁이 베로 만든 닦을 것을 갖고 조심스레 다가오는 걸 보고 ‘물러가라!’라고 고함치지만 계속 다가와서 화를 내자 ‘죽여 주시옵소서!’라고 하였고, ‘내가 왜 널 죽인단 말이냐?’라며 코미디 같은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을 재밌게 보았던 기억입니다.

그만큼 왕이 대변보는 것이 은밀한 일이 아니라 궁중에서는 매우 중요한 행사로 간주하던 것입니다. 왕이 대변을 보고 나면 지밀(至密)나인이 그걸 들고 내의원으로 가면 내의원들이 왕의 똥을 살피고 냄새를 맡고, 맛도 보는 등 관찰하여 왕의 건강 상태를 분석하는 장면이었는데, 이처럼 대변의 상태는 건강을 직접적으로 반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의사로부터 대변 굵기가 어떤지, 색은 어떠한지, 얼마나 자주 하는지, 딱딱한지 부드러운지 등을 질문받았을 때 놀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건강에 대한 많은 해답이 ‘똥’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대변 상태는? 암환자의 대변 관찰법

똥은 여러 가지 물질로 구성됩니다. 채소나 과일 껍질 등 소화되지 않은 섬유질들이 그대로 대변 속에 섞여 있는 것을 보고는,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이 소화되고 남은 노폐물쯤으로만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사실 대변 속에는 수분, 장내에 공생하고 있는 수많은 세균, 콜레스테롤, 무기물질, 장 점막에서 탈락한 죽은 세포, 점액, 지방 등 많은 성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성분들에 따라 색깔, 굵기, 딱딱한 정도와 냄새 등이 결정됩니다.

그리고 장에서 수분이 흡수되는 정도에 따라서 설사가 되기도 하고 변비가 되기도 하며, 병적으로 출혈이나 고름, 기생충이나 기생충 알 등이 첨가되기도 합니다.

건강한 대변 색깔은 황금색이며, 형태는 길고 두께가 있어 바나나 모양을 띠고 있으며, 적당한 수분을 가진 상태로 물에 뜨는 것이 좋습니다. 색깔이 연하거나 더 진한 것도 비정상이며, 길이가 짧든지 굵기가 가는 것도 이상이 있는 것이며, 물에 가라앉는 것도 수분이 많아서 그런 것이니 장에서 수분흡수력에 이상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환우들에게 권유하는 가장 적극적인 대변관찰법은 매일 자신이 본 대변의 색깔, 형태, 냄새 등과 12시간 전에 먹었던 음식을 기록해 보시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괜히 지저분한 일을 하는 것 같아 꺼림칙하게 생각하던 사람들도 점차 자신이 먹었던 음식이나 컨디션과 대변 상태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을 알고는 ‘대변보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특히 육식을 좋아하다가 채식을 한 경우에는 엄청난 양의 대변량과 황금색 변을 실감하게 되며, 외식이나 과음을 한 경우 대변의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관찰하고는 건강식을 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갑니다.

이제부터는 대변이나 소변을 그저 단순한 배설물로만 간주하지 말고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바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대변 보십니까?”라고 물으면 단순한 배설 여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잘 관찰하고 있다는 의미로 “예, 잘 보고(watch) 있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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