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심리적 변화, 분노를 표출하는 암 환자

충격과 상실감에서 나오는 환자의 분노,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것이 중요해

특히 책임감이 강한 분들, 성실하게 살아온 분들, 완벽했던 어머니들이 더 화를 많이 냅니다. 가족들은 오히려 더욱 당황하게 됩니다. 암 환우들이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교육과 상담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진목(이하 김): 오늘은 파인힐병원 암 심리센터장이신 박정미 교수님을 모시고 암 환우들이 겪는 심리적 변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충격 때문에 표출되는 분노, 가족과 의료진 힘들게 해

 

암 환우들 중에 병원에 와서 화를 많이 내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말한 것처럼 큰 질병을 진단받으면 심리 변화 5단계를 겪습니다.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단계를 겪는데요.

 

그런데 부정, 분노 단계에 있는 환우들 중에는 처음 보는 의료진과 간호사를 보고 크게 화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가 어떻게 케어를 해주는 것이 좋을까요?

 

박정미(이하 박): 간혹 화를 심하게 내는 환우들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단체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병원 생활을 하면서 오는 갑갑함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이 암 환자라는 사실입니다. 암이라고 하면 큰 병이고 죽을병이라고 할 정도이기 때문에 큰 상실감을 겪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자기 삶에 대한 포기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주변에 큰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사소한 일에도 급격하게 화를 내는 것을 볼 수 있죠.

 

이는 환자의 성격이 달라졌다기보다는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인한 변화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가족들이나 의료진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도 힘들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환우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기

 

그럴 때는 화가 난 상태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가 났다고 해서 배려를 한다거나, 이해한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오히려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지금 이분이 몹시 화가 났구나, 뭔가 분노가 일어나는구나, 라는 마음으로 현재 그 상태를 그대로 바라봐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가 날 수밖에 없겠다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대할 때 환우가 더 큰 분노와 화를 느끼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간혹 가족들이 환우의 분노에 대응하고 함께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면 사실 환우 분은 더 큰 상처를 받습니다.가능하면 ‘이해한다,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환우가 겪는 감정적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심리상담을 통해 경험한바, 환우의 화를 수용해줄 때 그들의 분노와 화를 오히려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그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화를 내거나 이상한 행동이나 말을 하더라도 원래 그 사람의 성격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군요. 큰 충격 때문에 일시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져 변화를 겪고 있다고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환우의 분노를 가만히 바라본다는 표현이 참 좋습니다. 같이 화를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닐 겁니다. 그런데 괜히 이해해주는 척, 공감하는 척하는 것이 오히려 분노를 더 조장할 수 있겠군요. 지금 화를 내고 있구나, 곧 좋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겠습니다.

 

 

자신의 역할을 잃는다는 사실에서 상실감 느끼는 것

 

박: 그리고 사실 환우들이 화를 내는 것은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안함을 표현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이죠. 미안함을 느끼는 이유는 상실감 때문입니다. 남편이 남편 역할을 할 수 없게 되고, 엄마가 엄마 역할을 해주지 못하게 됨으로써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죠.

 

또한 암에 걸리면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을 가지게 됩니다. 그로 인해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결국 자기 몸을 챙기려는 마음보다 미안함이 앞서는 것이죠. 그런 부분에서 감정 컨트롤이 안 되고, 화를 내게 된다고 봅니다.

 

특히 책임감이 강한 분들, 성실하게 살아온 분들, 완벽했던 어머니들이 더 화를 많이 냅니다. 가족들은 오히려 더욱 당황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족 관계가 붕괴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보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암 환우들이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교육과 상담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 저는 암 환우들이 왜 분노를 느끼는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냥 분노 단계가 있다는 이론을 공부했을 뿐인데요. 바로 자기의 역할을 잃게 된다는 상실감, 자기 불만족으로부터 분노가 온다는 사실을 오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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