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리더스경제신문 칼럼 기고문] 후생유전학(Epigenetics) – 부산대 통합의학 센터 김진목 교수(14. 8. 06)

일간리더스경제신문 칼럼 기고문미국의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을 절제했다는 뉴스는 너무나 유명한 사실이다.

우리는 암의 발생에 유전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할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부모나 형제 중에 암 환자가 있으면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결혼대상자가 그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결혼을 기피하는 경향까지 있을 정도이다.

‘후생유전학’이라고 불리는 분야가 있다. 전통유전학에서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자체에 관심이 있지만, 후생유전학에서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자체보다는 유전자의 ‘발현’에 관심이 있다.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100% 동일하다 하더라도 그 발현양상에 따라서 완전히 그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후생유전학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와 생명체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이어주는 아주 중요한 가교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결국 매우 다양한 환경 요인이기 때문이다.

환경 요인 중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 제일 중요한 것 두 가지가 바로 음식과 화학물질이다. 똑같은 DNA를 가지고 있더라도 임신 중 엄마가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어떤 화학물질에 노출되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아기가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로 2007년 발표된 유명한 연구가 있다. 아구티쥐는 원래 털이 짙은 갈색에 크기도 작은 쥐이다.

똑같은 아구티쥐를 임신시킨 뒤 섭취시킨 음식의 종류에 따라 털 색깔이 다른 것은 물론이고, 크기도 두 배 가량이나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큰 쥐에서 털색이 노랬고,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이 많이 발생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반대로 임신 중인 노란색의 어미 아구티쥐에게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시켰더니 새끼의 털색이 짙어지고 여러 가지 질병의 발현이 매우 낮았다는 보고이다.

즉, 어미 쥐의 유전자가 무엇이었든 어미 쥐가 먹은 음식에 따라서 새끼 쥐의 유전자 발현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결론이다.

우리 몸은 매 시간, 매 일, 매 달 변하고 있다. 끊임없이 죽어가는 세포와 새롭게 태어나는 세포가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포가 형성될 때 유전자의 발현이 필요하며, 우리가 먹은 음식에 따라서 유전자의 발현 양상이 다르게 될 것이다.

흡연이 암을 초래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건강한 유전자를 타고 났더라도 흡연에 의해 발암 독소들에 계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새롭게 태어나는 세포에 암세포가 형성될 수 있다.

암은 재수가 없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에 의해 발생하며, 또한 치유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올바른 음식, 물, 공기를 섭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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