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본적인 치유에 속수무책인 현대의학

    눈에 보이는 부분에 매달리는 현대의학은 질병 치료에서도 주로 증상에만 매달린다. 병의 원인을 찾아내 바로 잡는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의술임에도, 가시적인 증상만 억누르는 대증요법(對症療法)이 중심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오래 치료를 해도 완치되지 않는 병이 많다. 또한 증상완화에만 급급한 현대의학의 근시안적인 치료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 현대의학이 놓친 ‘생명의 전체성’

    ‘한 환자가 요통을 호소하여 X-ray를 촬영한다. 만약 X-ray에서 탈출한 척추간판이나 다른 구조적 이상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 환자는 아무 이상 없다는 설명만 듣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분명 무언가 이상이 있음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허리가 아프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전적 질병이론에 따르면, 이 경우는 아무런 질병도 존재하지 않는다. 환자가 아무리 고통스러워하더라도 구조적 변화가 없다면 질병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현대의학에서 매달려온 구조적 변화를 찾는 진단법이 실제 환자의 고통을 헤아리는데 얼마나 모호했는지를 지적한 말이다.

  • 과학적 의학의 한계

    현대의학은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 병적 현상을 그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러다 보니 질병의 증상에 따른 진단법이 뿌리를 내리고 있고 ‘고혈압에는 무슨 약, 당뇨병에는 무슨 약’ 이라는 식의 획일적인 처방을 내린다. 사람마다 고유 특성을 보지 않고 단지 질병과 증상에만 매달려 동일한 처방과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병자’는 보지 않고 ‘병’에만 매달리고 있고, 병을 앓는 ‘인간’ 중심의 의학이 아니라 ‘질병’ 중심의 의학이 되고 있다. 같은 병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유전적 소인, 연령, 체력, 환경, 심리적 상태, 면역력과 약물대사능력 등이 모두 다른데도 동일한 병명을 가진 수많은 환자들이 천편일률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 환자 앞에서 무력한 의사

    인간이 완전할 수 없듯이, 의학 역시 완벽할 수는 없다. 그리고 아무리 첨단 현대의학이라고 해도 인간의 질병의 고통을 모두 덜어줄 수는 없다. 의학이 완전할 수 없기에 임상의학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내가 품게 된 회의는 불확실한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가 원초적으로 갖게 되는 그런 의문이 아니었다. 내가 열정을 갖고 공부한 현대의학의 질병관과 의학적 이론에 대한 회의였다.

  • 위험한 의학

    현대의학의 뿌리는 서양의학이다. 고대 히포크라테스의학으로부터 시작된 서양의학은 19세기 말 감염증을 발견하고, 병원성 미생물을 없앨 수 있는 약을 등장시키면서 세계 의학으로 성장할 빗장을 열었다. 당시 인류의 가장 무서운 적인 병원균을 제압할 항생제가 등장하고, 혈액형을 분류해내 수혈을 가능하게 하고, 마취제를 만들어 외과 수술이 용이해지면서 현대의학은 빠르게 발전해왔다. 전염병으로 전멸하던 사람들을 구해내면서, 응급상황에 처한 사람을 수술로 살려내면서 현대의학은 엄청난 위상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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