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부분의 만성병 치료는 대증요법이 중심이 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조금이라도 없애려고 하는 고통스런 증상이 사실은 인체의 치유작용인 경우가 많다. 우리 몸에 이상이 생길 때 그 이상을 바로 잡으려는 면역계의 대응반응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게 증상이 나타난다면 인체 이상에 대해 우리 몸이 제대로 대응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병의 증상이란 대부분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증상이 어디서 나타나느냐에 따라 병명이 붙게 되고, 인체에 이상이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되므로 경고용 램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증상으로 흔히 나타나는 발열, 통증, 구토, 설사 등을 예로 들자. 이런 증상은 몸 전체로 볼 때 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치유과정이다. 발열은 대체로 체내 온도를 높여 병원균을 죽인다든지 과잉에너지를 소비하기 위한 것이다. 설사와 구토는 나쁜 음식 등을 먹었을 때 그것으로 인한 독소를 빨리 몸 밖으로 배출해 몸을 지키려는 현상이다. 몸에 해로운 것이 아니라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자연치유작용인 것이다. 이렇듯 질병의 증상은 우리에게 위험을 경고하는 동시에 그 자체가 곧 치유작용인 경우가 많다.
질병으로 나타나는 통증이나 발열, 가려움, 설사 등의 증상이 몸이 치유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반응이라고 해도 당장 환자에게는 고통이 된다. 그래서 환자나 의사 모두가 이런 치유반응을 ‘골칫거리’나 ‘제거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이다. 증상을 억누르는 대증요법이 널리 시행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증상을 억누르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치유작용을 억제 당한 몸은 근본적인 치유의 기회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병이 더 악화되고 계속 약을 먹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자연치유작용이 계속 억제 당하면 나중에는 면역력을 완전히 잃게 되어 큰 병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증상에 대한 바른 이해가 없는 환자들은 불쾌한 증상이 가라앉으면 대부분 치료가 되었다고 착각을 한다. 의사들은 증상이라도 가라앉히지 않으면 돌팔이라고 불릴 것을 두려워해서 열심히 증상을 억누른다. 여기에 효능이 강력한 증상완화제가 속속 등장하면서 대증요법을 더욱 부추기게 되었다. 증상을 철저하게 억제하는 강력한 대증요법이 더욱 성행하게 된 것이다.
증상완화제는 완치요법이 아니다. 만성병을 치유하기보다는 평생 달고 살아야 할 병이므로 약으로 계속 증상을 억누르면서 사이좋게 지내라고 한다.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병, 당뇨병, 아토피 및 알레르기 질환 등 오늘날 병원에는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 환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완치요법’이 아닌 ‘대증요법’ 중심의 치료는 결국 장기간의 약물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낳고 새로운 병을 부추기게 된다. 증상완화제의 장기 복용은 몸 전반의 균형을 깨고 면역력을 약화시켜 더 심각한 병을 일으키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모든 대증요법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급성질환으로 증상이 심할 때는 당장 증상을 억누르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대부분의 만성병은 증상만 억누르는 과잉 대증요법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질병의 패턴이 만성병 위주로 바뀌면서 생활 전반에서 환자의 적극적인 일상 관리가 필요하게 되었음에도, 의학은 거기에 걸맞게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의학은 병의 원인을 일상생활의 잘못된 습관보다는 바이러스, 세균, 세포의 돌연변이, 유전 등에서만 찾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원인을 제대로 찾기 힘들거나 복합적일 경우 증상에만 매달리며 대증요법의 폐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현대의학이 많은 질병의 치료에 실패하고 있는 주된 이유일 것이다.
현대의학은 증상 완화에 주력하는 악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증상을 막지 않으면서 우리 몸이 스스로 자연치유작용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학적 힘으로 완치가 안 되는 만성병의 경우라면, 환자가 그 병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갖도록 가르쳐야 한다.
만성병은 환자가 스스로 생활적인 노력을 통해 치료해 가는 병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만성병을 부추기는 나쁜 생활습관을 바로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이것이 근본적인 치료를 가능케 하는 최선의 치유법이며 ‘질병의 고통을 줄이는’ 의사의 진정한 역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