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인 치유에 속수무책인 현대의학

에 보이는 부분에 매달리는 현대의학은 질병 치료에서도 주로 증상에만 매달린다. 병의 원인을 찾아내 바로 잡는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의술임에도, 가시적인 증상만 억누르는 대증요법(對症療法)이 중심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오래 치료를 해도 완치되지 않는 병이 많다. 또한 증상완화에만 급급한 현대의학의 근시안적인 치료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현대의학은 특정병인설을 토대로 치료를 해왔다. 특정병인설이란 특정한 원인이 특정한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으로 그 원인을 찾아내 제거해야 병이 낫는다는 이론이다. 100여 년 전에 대두된 특정병인론은 자연스럽게 「특효요법」이라는 개념을 낳았다. 해당 질병을 일으키는 특정 원인을 제거하거나 교정하는데 특별한 효과가 있는 치료법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런 효과를 가진 약을 당시에는 「마법의 탄환」이라고 불렀다. 이를테면 감염성 질환의 경우 그 원인균을 죽일 수 있는 항생제를 마법의 탄환으로 이용했다.

특정병인론은 어느 면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현대인의 만성질환에는 근본적인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발병의 원인이 불확실하거나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에는 폐렴, 독감, 콜레라 같은 급성 질환자의 비율이 90% 이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병원성 질병은 급격히 줄고 대신 암, 중풍, 심장병, 당뇨병, 고혈압 같은 비병원성(非病原性) 만성질환자들이 대부분이다. 병원균처럼 눈으로 확인해서 죽일 수 있는 병이 아닌 비병원성 만성병에 현대의학은 속수무책이다. 발병의 근본적인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증상 완화에만 매달리고 있다.

소박한 간식코넬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내과 전문의인 에릭 J 카셀은 ‘항생제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환상적인 치료법도 질병의 원인에 직접 작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현대의학의 치료법이 근본적인 치유와는 거리가 멀다는 말이다. 더불어 병원균이 문제가 되는 경우라고 해도, 그 병원균의 존재가 발병의 모든 원인이 아님을 이렇게 설명한다.

‘결핵균을 결핵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소박한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결핵으로 발병한 경우라도 결핵균이 하나의 기여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오늘날 대부분의 질병은 발병의 원인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식중독에 걸리는 사람도 있지만 건강한 사람이 있듯이, 현대의학이 발병의 원인으로 보는 병원균보다는 인체의 면역력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자연의학의 질병관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일 것이다.

현대의학은 발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밝힐 수 없기에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닌 증상을 가라앉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당뇨병을 예로 들자. 현대의학은 당뇨병이 대개 췌장이 인슐린을 충분히 분비하지 못해서 생기는 병이라는 것은 밝혀냈다. 그러나 췌장이 왜 인슐린을 제대로 분비하지 못하는지는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때문에 밖에서 인슐린을 투입할 수는 있지만 췌장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근본적인 치료는 하지 못한다. 말하자면 그때그때의 임시적인 치료를 계속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투입하는 인슐린의 양을 점차 늘려야 하고, 그나마 부분적으로 기능을 하던 췌장을 완전히 퇴화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병의 원인을 찾아 바로 잡는 「완치요법」이 아닌 얼마간 증상을 억누르는 「대증요법」의 또 다른 폐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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