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의학의 한계

대의학은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 병적 현상을 그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러다 보니 질병의 증상에 따른 진단법이 뿌리를 내리고 있고 ‘고혈압에는 무슨 약, 당뇨병에는 무슨 약’ 이라는 식의 획일적인 처방을 내린다. 사람마다 고유 특성을 보지 않고 단지 질병과 증상에만 매달려 동일한 처방과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병자’는 보지 않고 ‘병’에만 매달리고 있고, 병을 앓는 ‘인간’ 중심의 의학이 아니라 ‘질병’ 중심의 의학이 되고 있다. 같은 병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유전적 소인, 연령, 체력, 환경, 심리적 상태, 면역력과 약물대사능력 등이 모두 다른데도 동일한 병명을 가진 수많은 환자들이 천편일률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환자 개개인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에 같은 치료를 받고도 효과를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작용만 겪는 사람이 있다.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질병 중심의 획일적인 의학이라는 한계는 현대의학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큰 요인이다.

상담 중인 김진목 박사현대의학은 질병 중심의 의학이기에 그 결과 의료분화(醫療分化)라는 특성을 보인다. 우리 몸의 각 기관을 나누어 세분화해서 보고 있고 임상에서도 외과,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안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등으로 나누어 치료를 한다. 현대의학의 분과는 대략 30개 정도이고, 세부 분과는 수백 개에 이를 만큼 고도로 전문화되어 있다.

우리 몸을 더 작고 더 정밀하게 분석하려는 현대의학은 해부학과 조직학을 발달시켰고, 생명과학 분야에서 세포와 유전자까지 훤하게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성과도 얻었다. 그러나 부분을 정밀하게 탐구하다가 정작 중요한 ‘생명의 전체성’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인체를 해부학적으로 접근해 병든 기관의 이상에만 집중적으로 매달리느라 ‘전체적 유기체’로서 환자를 보지 못한 것이다.

우리 몸은 작은 부품을 조립하면 완성체가 되는 기계처럼, 각 기관과 세포를 모두 조합하면 하나의 생명체가 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부분을 합한 것 이상의 무엇이 바로 생명체이다. 인체는 스스로를 조직하고 조절하며, 각 부분이 서로 관계를 맺고 균형과 조화를 도모하는 유기체이다. 이런 유기적 시스템, 즉 전체성이 있기에 살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몸에 침입한 병원균을 없애기 위해 먹은 항생제로 병원균은 제압되어도 간질환을 얻는다거나, 통증을 덜기 위해 먹는 진통제로 통증은 줄어도 위장병이 생기거나,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방사선 치료를 하다가 결국 환자의 면역력이 감소되어 암세포도 죽고 환자도 같이 죽는 등의 부작용 폐해가 나타나는 것이 모두 인체를 종합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하나로 연결된 유기체이다. 따라서 어느 한 부위에 병이 생긴다고 해서 그 병의 원인이 반드시 그 부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도로 전문화된 의료 시스템을 갖춘 현대의학은 우리 몸의 독립된 부분의 실체에 집착하느라 생명체의 전체성을 무시했기에 벽에 부딪혀 있다.

인체를 분절화해서 접근하는 현대의학은 어떤 상황이든 수치화하고 규격화해서 생물인 인간을 무생물처럼 접근하고 있다. 실제 임상검사에서 사용하는 지표도 모두 정량화 되어 있고 가시화된 절대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고혈압 진단을 예로 들자. 현대의학이 제시한 혈압 기준치 안에 있으면 건강한 것이고, 기준치를 벗어나면 위험하다는 경계를 분명하게 나누고 있다. 낯선 병원에서 검진을 앞두고 긴장한 탓에 잠시 혈압 수치가 정상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해도 그런 상황을 감안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크게 심호흡을 하고 다시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 측정을 해보면 정상 수치로 돌아오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진단할 당시 그 순간, 즉 찰나적 상태만 보고 규격화된 진단 결과를 적용해 ‘고혈압 환자’ 라는 꼬리표를 달게 한다.

개개인이 키가 다르고, 몸무게가 다르고, 폐활량이 다르듯이 혈압 또한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치를 정해놓고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모순인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혈압도 언제 재느냐에 따라 다르고, 하루 중에서도 계속 변한다.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숫자는 어디까지나 ‘표준치’ 이지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의 ‘정상치’는 아닌 것이다. 표준 혈압을 초과해 고혈압 환자라는 진단을 받고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비록 현대의학이 정한 기준 범위 안에 있지 않아도, 언제나 일정한 혈압 수치를 보이고 몸의 컨디션에 이상이 없다면 그 사람에게는 정상치가 될 수 있다. 자신의 평상치를 유지하고 있다면, 현대의학이 제시한 평균치보다 높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평균치와 좀 다르다고 해서 불안해하고 당장 약을 복용하는 것이 오히려 몸의 균형을 깨고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것이다. 현대의학은 규격화된 수치로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결정하고 있고, 그로 인해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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