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가 말하는 ‘죽고 싶다’는 말의 의미

살기 싫다는 의미 아니라 대화가 필요하다는 요청으로 이해해야

죽고 싶다는 말은 그만큼 꽉 차서 더 이상 감추고 있을 수가 없다는 호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김진목: 암 환우들 중에서 간혹 죽고 싶다며 우울해하고 비관하는 분들을 만납니다. 죽고 싶다는 분들을 만났을 때 어떻게 심리상담을 해주시는지 궁금합니다.

 

정말로 살고 싶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길

 

박정미: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도 없습니다. 좋아 죽겠다, 배불러 죽겠다, 추워 죽겠다 등 죽겠다는 표현을 많이 쓰죠.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그 상태에 대한 판단이 달라집니다.

 

일반인이 죽고 싶다고 한다면 실제로 우울한 상태라는 뜻입니다. 자살을 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봐야 되죠. 하지만 암 환우 분이 죽고 싶다고 이야기할 때는 조금 다릅니다. 정말 죽고 싶으면 수술도 안 받았겠죠. 암 환우 분이 죽고 싶다는 말을 한다면, 정말로 이제부터는 살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수술도 마치고, 그 어려운 항암치료도 마친 후에 비로소 가족들의 배려와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시기에 죽고 싶다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이는 정말 살고 싶다는 말입니다. 그 말이 우리 국민의 정서와 표현 방식 때문에 ‘죽고 싶다’고 나오는 것입니다.

 

암 환자가 자신이 느끼는 비참함이나 우울함을 표현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의 괴로운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죠.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즉, 대화를 하고 싶다는 뜻입니다.

 

김진목: 관심을 받고 싶다는 뜻이군요.

 

괴로운 마음 충분히 풀어내도록 배려해야

 

박정미: 마음의 괴로움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를 찾아다니는 상태인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시기에는 의료진이나 심리상담사, 가족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환자의 말을 들어주는 시간을 가지고 배려해주어야 합니다.

 

이런 시기에는 환자가 자신의 마음을 토로해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심리적인 상태를 풀어내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져야 합니다. 죽고 싶다는 말은 그만큼 꽉 차서 더 이상 감추고 있을 수가 없다는 호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럴 때는 가족들이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병문안을 자주 가거나, 환자가 살아왔던 삶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첩 등을 활용해서 인생의 추억을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가족들로부터 사랑받고 관심 받고 싶은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기를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나면 올바른 치료의 패턴들이 생깁니다. 그 결과 치료 성과가 굉장히 높아지는 단계입니다.

 

암 투병을 시작하면 화를 내는 단계도 있고, 누구와도 대화하고 싶지 않은 단계도 찾아옵니다. ‘죽고 싶다’는 말은 ‘괴로우니까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의료진들도 가급적 환자분들과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것이 좋겠습니다.

 

김진목: 죽고 싶다는 말이 살기 싫다는 뜻이 아니라는 말씀이군요. 서두에 말씀하신 것처럼 좋아 죽겠다, 배고파 죽겠다, 그런 말을 하는 것과 비슷한 표현 방식입니다. 암 환자가 죽고 싶다고 말한다면 ‘말하고 싶어 죽겠다, 힘들어 죽겠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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