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4기 환자 보호자 분의 편지

지난달 파인힐병원 환우 보호자 분께서 주신 편지입니다.

자연치유, 현대의학 택일의 문제가 아닙니다.

회복을 위한 통합적인 암치료로드맵이 필요합니다.

 

그 옆에 늘 함께하겠습니다.

 

 

 

앎으로 암을 치병하다.

 

작년 정월 대보름날 마신 귀밝이술을 마지막으로 남편이 술을 끊었다.
물론 담배도 함께 끊었다.
두주불사를 자랑하던 남편을 단 한방에 KO시킨 폐암은 병기가 4기를 넘어서고 있었다.

 

가나안 땅을 바로 눈앞에 두고 40년을 광야에서 헤매던 이스라엘민족처럼 그날부터 시작된 방랑의 역사는 우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았다. 항암치료를 거부한 채 공기 좋은 곳을 찾아 상북으로 봉화로 안동으로 산내로 다시 상북으로 돌고 돌아오는데 걸린 1년 반 동안 어설픈 민간요법에 의지해 온 남편의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뒤늦게 찾아간 어느 병원에서도 우리는 보트피플 난민처럼 주눅이 들어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펫씨티를 찍어놓고도 검사 결과를 설명해 주는 의사가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철저히 이방인 취급을 당했다. 기껏 들은 소리는 물어보지도 않은 여명을 마치 사형선고를 내리듯 2개월이니 한 달 반이니 환자의 상태에 짐만 더 지우는 무지막지한 말만 듣고 우리는 울면서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희망은 절망의 끝에서 온다고 하였던가?

절망에 놓인 우리 앞에 누군가가 파인힐병원 개원소식을 알려주었다.

영남 알프스 산자락을 병풍처럼 두르고 암환자들의 위로자처럼 소나무숲이 뿜어내는 피톤치트 향기 속에 높지도 낮지도 않은 아담한 병원건물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정숙한 여인의 안방처럼 기품과 포근함이 넘쳐흘렀다. 늦은 밤 길을 잃고 산속을 헤매다가 발견한 외딴 인가의 불빛처럼 반갑고도 고맙고 안심이 되던 원장님의 따뜻한 말씀 한 마디.

“하는 데 까지 해봅시다.”

 

성경에서 말씀하시길 양은 목자의 음성을 알아듣는다고 하였듯이 뇌의 전이로 청각을 모두 잃어버린 남편이 첫 회진 때 원장님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는 또 다른 의미의 눈물이 핑 돌았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의료의 기본이라고 믿는다는 원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남편에게 통했을까? 그동안 자주 ‘무섭다, 불안하다’를 남발하던 남편이 이곳 파인힐병원에 와서는 엄마 품에 안긴 아기처럼 안정을 찾아갔다.

 

앎으로 암을 치병하자는 병원의 모토를 알고 나니 그동안 우리 부부가 해온 민간요법이 참으로 무식하고 무모했구나 하는 후회를 지울 수가 없었다. 공부를 하는데도 스승이 필요하고 낯선 길을 가는데도 네비가 필요한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암을 치유하는데 있어 그동안 우리가 올바른 가르침을 주는 스승을 만날 생각도 만날 운도 없었구나 하는 자책마저 들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파인힐병원을 알게 되어 우리는 정지모드에서 다시 재생모드로 들어간 기분이다. 무엇보다 이곳을 찾은 많은 암환자들에게 하나라도 더 배움을 주시고자 늘 새롭고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심에서 진심으로 환자들을 아끼고 사랑하시는 원장님의 마음이 자상하신 부모의 마음처럼 다가왔다.

 

또한 원장님의 특별했던 지난날, 의사이면서 간염보균자이자 만성아토피와 건선 환자로 오랜 세월 고생하시다가 결국은 니시의학으로 긴 병고의 터널을 빠져나왔다는 말씀에는 원장님이야말로 누구보다도 환자들의 마음과 입장을 잘 알고 계시겠구나 하는 믿음과 연대감마저 생겼다.

 

이제 물 좋고 정자 좋고 반석까지 좋은 파인힐병원을 만났으니 환자 본인의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암을 다스리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아침저녁 만나는 환우들의 얼굴에서 날마다 읽고 있다.
또한 머잖아 남편의 얼굴에서도 다른 환우들이 그렇게 읽어주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감사합니다.

 

김00환자 보호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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