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치료되길 싫어하는 암 환자?

가족의 관심과 사랑 받는 환자는 치료 성적 좋을 가능성 높아져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을 충분히 받으면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뀝니다. 치료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려는 마음가짐이 생깁니다. 병이 낫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치료를 더 열심히 받는다는 것입니다.

김진목(이하 김): 박정미 교수님. 임상에서 보면, 평소에는 가족들의 관심을 못 받다가 암에 걸린 후 온 가족의 관심을 받게 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갑자기 가족이 24시간 옆에서 머물면서 간호를 해줍니다. 그런 분들을 보면 그 환자분이 오히려 암이 낫는 것을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암에 걸린 후 가족의 관심과 사랑 늘어난다면?

 

김: 관심을 많이 받게 되는 그 상태를 즐기는 것 같은 환우들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의료진 입장에서 간혹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심리전문가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박정미(이하 박): 암이 낫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암 환우 중에서 가족들의 관심을 받는 상태를 정서적으로 좋아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족들의 집중된 보호가 오히려 반가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평소에 가족과 갈등이 있었다거나, 가족에서 무시당하고 소외되었던 분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심리적인 현상입니다. 무관심의 대상이었는데 암에 걸린 후 가족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는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 환우의 정서적인 상태는 암에 걸렸다는 사실보다, 가족들의 사랑에 만족하는 마음이 커지는 순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그 순간의 정서적인 만족이지, 암 자체가 낫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사람은 낫고 싶어 한다

 

암이 낫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만약에 그런 생각을 하는 환우분이 있다면 지능적으로 낮다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관심을 받으면서 병원 생활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 않게 되는 환우들이 있습니다.

 

암 치료를 하는 과정을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치료 절차에 호응하고 협조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것은 오히려 모범적인 환우로 변화했다고 봐야겠죠.

 

김: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을 충분히 받아서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는 것이군요. 그러다보니 치료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려는 마음가짐이 생기는 것이고요. 병이 낫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치료를 더 열심히 받는다는 것이죠.

 

박: 그렇습니다. 가족의 관심이 치료에 대한 신뢰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순화되어서 협조적인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 환우가 병에 걸리기 전에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을 만한 면들을 가졌다 하더라도, 병에 걸린 이후 가족과의 관계가 회복된 상태입니다.

 

이런 경우 암에 의해 오히려 환자의 삶이 더 건강하고 행복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암 치료에서 아주 좋은 결과를 얻는 환우들이 있는 것입니다.

 

정서적으로 편안해지면 치료 결과도 좋아져

 

김: 그리고 간혹 말기 암 환자인데,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고도 좋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연퇴출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환자들을 보면 마음속에 있던 응어리를 풀어버린 사례가 많습니다.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던 사람에 대해 ‘이제 죽을 마당에 독을 품고 가본들 뭐하나.’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먼저 화해를 청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인간관계도 좋아지면서 병도 좋아지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이와 유사한 경우라고 볼 수 있을까요?

 

박: 그렇죠. 정서적인 흐름이 편안해지면서 모든 상황을 편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입니다. 아픔도, 죽음도, 편안하게 받아들이다 보니 질병이 회복되는 것입니다. 질병이 자연퇴출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죠.

 

김: 결국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이 암 환자의 치료에 굉장히 중요하다는 의미이겠습니다.

 

박: 네, 암 환자에게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거죠.

 

김: 네, 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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