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와 가족과의 갈등 – 달라진 가족 환경, 각자의 처지가 달라

서로의 입장 이해하고 갈등 줄여나가는 마음 훈련 필요해

암을 제거해버리겠다거나 암은 나와 상관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가족도 환자도 더욱 힘듭니다. 암과 함께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감정 상태로 변화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통합 암 치료라고 생각합니다.

수명 연장만을 위한 항암치료, 과연 의미 있을까

 

김진목(이하 김): 환자와 가족의 생각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치료방법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영화나 책에서 보면 암 환자의 가족들은 항암치료를 받으라고 하고, 환자는 싫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자는 수명이 짧아지더라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면서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이런 스토리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환자와 보호자가 다투는 경우가 제일 많습니다.

 

저 역시 처음 현대의학을 공부할 땐, 환자가 왜 최선의 길인 항암치료를 거부하는지 참 답답했습니다. 치료방법이 있는데 왜 포기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통합의학의 길로 접어든 다음에 삶의 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항암치료로 암이 나을 수 있다면 고통스럽더라도 당연히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나을 가능성이 없다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단지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받는 항암치료에 대해서는 저도 반대를 합니다.

 

만약 제가 암 환자라면 어떻게 할까요? 저는 의사니까 물론 병에 대해 공부할 수 있겠죠. 나을 확률이 몇 %인지를 생각해보고 제가 나을 수 있는 상태인지 살펴보겠습니다.

 

항암치료를 받아도 나을 확률이 적다면 저는 항암치료를 택하지 않겠습니다. 자연요법을 선택해서 남은 삶을 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마음 훈련’

 

김: 또 다른 갈등은 가족 내 이미 존재해왔던 것들입니다. 암 진단이, 그 갈등들이 터져 나오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경우들입니다. 환자가 치료를 선택하는 과정을 돕는 것은 저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치료방법에 대해 조언을 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은 사실 저의 능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 마음치료 전문가가 도움을 주셔야 할 텐데요.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박정미(이하 박): 암 환자와 가족들은 이미 많이 시달린 상태에서 치료를 받으러 옵니다. 가정에 암 환자가 생기면 일상에 큰 변화가 옵니다.

 

환자는 환자대로 불편하고 짜증과 분노를 느낍니다. 가족들은 가족들대로 환자와 병으로 인해 불편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앙금이 많이 쌓인 상태에서 병원에 오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럴 때 각자의 입장을 먼저 이야기하도록 돕습니다. 환우 분은 가족들에게 어떤 서운함을 느꼈는지 이야기합니다. 가족들도 어떤 불편함과 서운함이 있었는지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하면 환우와 가족이 서로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도록 더 배려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는 마음 훈련입니다. 이런 훈련이 암 환자와 가족 내 갈등 해소에 있어 효과가 매우 좋습니다.

 

암과 동행할 수 있는 마음 상태 가지길

 

김: 나는 내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상대방에게는 굉장히 아픈 상처가 되는 일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피해의식과 갈등이 커집니다. 갈등이 있는 관계 때문에 병이 커지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저는 그럴 때 마음 치료 전문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낍니다. 저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들의 화해를 돕거나 치료해줄 수 있는 능력이 저에게는 없기 때문입니다.

 

박: 감정이 쌓이기 시작하면 사람들을 더 멀어지게 만듭니다. 특히나 암 환우와 가족들은 몇 년 이상 그러한 갈등 구조 속에 있었던 분들입니다. 그래서 서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봄으로써 갈등을 줄이다 보면, 암도 우리의 일상 중 하나로 받아들이는 시선이 생깁니다.

 

암을 제거해버리겠다거나 암은 나와 상관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가족도 환자도 더욱 힘듭니다. 암과 함께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감정 상태로 변화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통합 암 치료라고 생각합니다.

 

 

No comments
Write CommentLIST
WRITE COMMENT

위로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