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학으로의 길

슴이 뛰었다. 어릴 적부터 의사가 주인공인 책이나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 특히 주인공이 죽어 가는 사람을 살리는 극적인 장면에서는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어린 시절 내 의식 속에서 의사는 너무나 ‘멋있는’ 직업이었고,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의사의 꿈을 키운 데는 치과의사이셨던 선친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꿈꾸던 대로 나는 의사가 되었다. 병원에서 처음 하얀 가운을 입었을 때 느꼈던 설렘은 27년 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선명하게 뇌리 속에 남아있다. 가슴속에 오래 품었던 꿈을 이루면서 나는 기쁨과 보람이 충만한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나 소설 같지 않았다. 의학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데도 치유할 수 없는 환자가 늘었고, 의학 이론은 실제 임상에서 맞지 않았고, 환자 앞에서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았고, 그러면서 환자와 의사의 불신이 더해만 갔다.

나를 더욱 견디기 힘들게 한 것은 ‘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살린다’는 현대의학의 의학적 치료로 인해 오히려 병을 키우거나 얻는 사람들이 많다는 현실이었다. 의사가 되면서, 환자를 대하고 그들을 치료하면서, 비로소 내가 자부심을 갖고 매달려온 현대의학의 모순과 한계를 하나씩 깨닫게 되었고 직업적 회의로 절망을 거듭해야 했다.

 

게다가 나는 스스로도 만성병 환자였다. 레지던트 1년차 때 환자에게 전염되어 만성간염보균자가 되었고, 중년에 접어들면서 간간이 보이던 아토피 증상도 직업적 스트레스가 커질수록 심해져만 갔다. 내 병 하나도 제대로 치료할 수 없는 의사라니! 직업적 회의가 극에 달았고 마침내 나는 현대의학자의 길을 접었다.

현대의학자로서 살기를 포기했지만, 의사로서 길마저 모두 접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본격적으로 대체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니시의학을 만났다. 자연의학 가운데 하나인 니시의학을 처음 접했을 때는 잘 믿기지가 않았다. 식사와 운동, 생활습관을 바꾸어 난치병을 치료하다니! 오랜 세월동안 과학적 의학관으로 무장한 채 살았던 내게는 그저 ‘황당하기만’ 했다.

일본으로 건너가 니시의학의 맥을 잇고 있는 와타나베 쇼 박사를 만났고, 그가 운영하는 동경 와타나베 의원에 머물면서 우선 내가 오랫동안 앓아온 만성병부터 치료를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1주일 만에 지긋지긋한 아토피의 가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그 후 간염도 항체가 만들어져 ‘만성간염보균자’라는 무거운 굴레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기적적’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리라.

니시의학의 치유 메커니즘을 분자생물학과 생화학 등 현대의학의 과학관에 맞추어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나았다. 중요한 건 ‘나았다’는 사실이다.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첨단 의료 테크놀로지와 대단한 의학적 이론이 아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질병을 낫게 해주는 것’ 이며 ‘그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다.

 

나는 니시의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가장 크게 배운 것은 ‘현대의학’이라는 우물 속에 갇혀 있던 내가 더 넓은 세상과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 시야의 한계가 의학과 세상의 전부가 아니구나! 편견을 벗고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의학의 가치와 가능성을 찾아야겠구나! 그렇게 나는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현대의학을 부여잡고 번번이 절망하며 보내야했던 내 삶은 새로운 희망을 안고 무수히 열린 의학의 길을 즐겁게 탐색하게 되었다. 자연의학의 무한한 가능성과 생활의학의 참된 가치를 나날이 깨달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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