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리더스경제신문 칼럼 기고문] 내 기억 속의 두 환자 – 부산대 통합의학 센터 김진목 교수(14. 4. 29)

항암 후 학교 프로필 사진그는 60대 중반의 남성으로 3기의 간암 환자였다. 간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해야 하지만, 항암치료로 경과가 나쁜 환자들을 많이 본 터라 ‘다른 가능성이 없을까?’ 하는 마음으로 찾아온 것이다.

신중하게 생각하던 환자는 통합의학을 해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는 병원에 한 달간 입원해서 치료를 받았다. 자연의학과 면역영양치료를 병행하면서 빠르게 회복되어갔다. 하루가 다르게 몸의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 그는 2주가 지나면서부터는 완치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졌다.

병세가 완연한 어두운 얼굴로 찾아왔던 그는 아주 다른 사람처럼 변해갔다. 밝은 모습으로 병원 직원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고, 상담을 하기 위해 찾아온 환자들에게도 이런저런 경험담을 들려주며 희망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암 환자로 두려움과 혼란 속에 있던 그가 처음부터 통합의학에 대해 강한 믿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항암제로 고통을 받으며 남은 생을 보내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는 심정이었다.

그러던 그가 스스로 몸의 상태가 좋아진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두려움을 털어내고 삶의 강한 의지를 갖게 된 것이다.

그의 회복과 변화는 의사인 나에게도 너무나 고마운 것이었고, 통합의학자로서의 길을 선택한 것이 과연 옳았다는 생각을 거듭 하게 되었다. 한 달간 입원 치료를 받은 그는 건강을 회복해 사회생활에 다시 복귀하게 되었고 서울로 돌아갔다.

그 환자를 보면서, 나는 또 한 명의 환자가 떠올랐다. 신경외과의사로 일하던 시절, 내 기억 속에 가장 아프게 남아 있는 환자. 현대의학자로 사는 것이 얼마나 희망이 없는지를 절감하게 해준 환자. 그 환자를 만난 것은 한 병원의 신경외과 과장으로 일할 때였다.

그는 18세의 남학생으로 유도를 하다가 넘어져 머리를 다쳤고 의식이 없는 응급 상태에서 병원으로 왔다. 뇌를 싸고 있는 혈관이 파열되어 출혈을 일으킨 ‘뇌경막하출혈’로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운 초특급의 응급상황이었다.

환자를 데리고 온 유도관 관장의 승낙 하에 응급 수술에 들어갔고,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환자는 응급 상황을 모면했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그러나 문제는 그 후였다.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환자는 병원감염으로 폐렴을 얻었다. 온갖 세균의 배양실이라고 할 정도로 병원균이 많은 병원에서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은 종종 2차 감염을 얻기도 한다. 불행하게도 폐렴에 걸린 그 학생은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결국 식물인간이 되었다.

환자 가족들의 슬픔은 엄청났고, 그 분노를 나에게로 폭발시켰다. 병원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다. 자식이 식물인간이 된 부모가 어찌 이성적일 수 있겠는가! 그런 상황을 이해하기에 그들의 비난을 고스란히 받았다.

통합의학으로 중병을 이겨내고 수없이 감사 인사를 계속하던 환자. 그리고 현대의학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은 식물인간이 된 환자.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두 환자의 다른 모습은, 어쩌면 현대의학과 통합의학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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