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목의 통합 암치료 바이블119] 한의학적 암 치료에 대한 소개

암을 만성질병적 개념으로 접근하는 한의학
오래된 어혈 덩어리가 종양으로, 어혈 치료가 한의학 암 치료의 기본 원리입니다


래 들어 기존의 수술, 항암, 방사선 등의 서양의학적인 치료 방법 외에 다양한 보완·대체의학이 암 치료의 보조요법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완대체의학연구소(NCCAM)에서는 대체의학에 대해 ‘다양한 범위의 치료 철학, 접근 방식, 치료법들을 포괄하는 것으로 의과대학이나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교육하거나 사용하지 않고, 의료보험을 통해 수가가 지급되지 않는 치료나 진료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민간요법, 중의학, 건강기능식품, 기공, 요가, 식이요법 등이 모두 이 범위에 속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한의학은 이미 한의사라는 의료 직종이 존재하며,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의료보험을 통해 수가가 지급되고 있는 정규 의료체계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한의학을 보완·대체요법으로 분류하는 것은 타당치 않습니다. 또한, 최근 들어 암 치료 영역에서 한의학적인 치료 방법 또한 많은 암환자가 찾는 치료법이며, 실제 많은 암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암의 병리
한의학에서 종양은 ‘어혈’과 ‘적취’라는 병증으로 보고 치료에 임합니다. 한의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어혈(瘀血)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어혈은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아 체내에 노폐물이 뭉쳐져 덩어리진 것을 뜻하고 적취(積聚)는 쉽게 말해서 기가 맺혀서 몰려있는 것을 말합니다. 한의학에서는 ‘백 가지 병이 어혈에서 생긴다.’(百病必瘀 : 백병필어)라고 했을 만큼 어혈을 중요한 병의 원인으로 보았습니다. 이 어혈이 오래되면 덩어리, 즉 종양이 된다고 하는데, 이를 한의학 용어로 ‘구어성괴(久瘀成塊)’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어혈을 풀어주게 되면 적취, 즉 종양을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이를 ‘활혈거어(活血祛瘀)’라고 하는데, 피를 잘 돌게 해서 어혈을 없앤다는 뜻입니다. 이 활혈거어를 통한 어혈 치료가 한의학 암 치료의 기본 원리라 할 수 있습니다.

초기, 중기, 말기, 암의 병기별 성질에 따른 치료법이 다르다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암의 치료원칙으로 정기를 북돋아 사기(적취)를 제거하는 양정적자제(養正積自除)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병이 진행하는 양상이나 환자의 상태 등 상황에 맞추어 종양을 직접 공격하는 방법과 몸의 면역력을 높여 자연 치유력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적절히 혼용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명나라 시대의 의사였던 이중재는 종양 치료를 초기, 중기, 말기로 나누어 병기별 암의 성질에 따른 치료법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몸의 체력(정기)과 종양의 발전(사기)을 살펴서 종양을 공격하거나 체력을 북돋는 치료법을 잘 선택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특히 초기 종양은 정기(체력)가 강하고 사기가 강하지 않으니 직접 공격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되고 중기에 들어서 병이 오래될수록 점차 사기가 강해지고 정기가 점점 약해지면 공격과 몸을 보하는 것을 동시에 사용하는데 이를 ‘공보겸시(攻補兼施)’라고 부릅니다. 말기에는 병마로 오래 고생하여 사기는 깊숙이 자리 잡고 정기는 쇠잔해지기 때문에 몸의 체력을 북돋는 보법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이 같은 명나라 시대의 암 치료 원리는 현대의 한방 암 치료에 밑바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종양을 없앨 수 없다면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을 두는 것, 양방 의학의 ‘질병 안정’과 같은 개념

한의학적인 암 치료의 또 다른 독특한 시각 중 하나는 암을 만성질병적인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즉 암세포를 없애는 대신 심각해지지 않도록 꾸준히 치료?관리하면서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것입니다. 중국 금나라 시대 장종정이라는 의사는 종양과 함께 늙어간다는 의미로 ‘여인해로(如人偕老)’의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즉, 종양을 없앨 수 없다면, 종양의 성장 속도를 늦추거나 전이 가능성을 줄이면서 환자가 보다 편안하고 오랫동안 살 수 있도록 치료하라는 것으로 이는 암세포를 없애기보다는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둔 치료법입니다. 현대 양방 의학에서 말하는 ‘항암치료의 효과 중 SD(Stable Disease : 질병 안정)’에 해당하며 종양의 크기를 줄이기보다는 종양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Disease Control(질병 통제)’의 개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양방에서도 최근에는 암세포를 없애는 데 주력하기보다 성장을 늦추거나 크기를 축소시키는데 목적을 둔 항암제들이 개발되어 나오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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