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차 통합 암 치료 의사가 말하는 가장 안타까웠던 환자

표준치료 종결 후에도 치료와 관리는 계속되어야

표준치료 종결이 암 치료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열심히 노력하셔야 합니다.

암, 약한 면역 기능이 오래 지속된 결과

안타까웠던 환자를 말씀드리기에 앞서 암이 생기는 원인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건강한 사람들의 몸속에도 하루에 수천 개씩 암세포가 만들어진다는 얘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우리 몸의 세포는 계속 재생되어 바뀌고 있습니다.

주인은 같은 사람이지만, 우리 몸의 어느 부분도 어렸을 적 내 몸에 있던 세포는 단 한 개도 없습니다. 모든 세포가 새로 생기고 앞의 세포는 죽습니다. 짧게는 2~3일 만에 새롭게 바뀌고, 길게는 7년 정도로 천천히 바뀌는 세포도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 몸에서는 세포 재생 공장이 열심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몸은 4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이 중 10,000분의 1만 하더라도 40억 개나 됩니다. 매일 40억 개의 세포가 죽고, 또 새롭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이런 공장이 있다고 상상하면 얼마나 바쁘겠습니까? 1초에 4만여 개의 세포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런데도 세포를 정확하게 만들어냅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얼굴이 안 바뀌고 키도 그대로이며, 코가 비뚤어지지도 않습니다. 정확하게 처음과 똑같이 재생산됩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세포 재생 설계도인 유전자 때문입니다. DNA에 의해서 정확하게 똑같은 모습, 똑같은 성질로 재생됩니다. 그런데 워낙 많은 세포를 만들어내다 보니 한 번씩 불량제품이 나오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암세포입니다.

우리 몸에는 암세포가 하루에 수천 개씩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우리의 면역세포가 알아서 다 처리해주기 때문에 암 환자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암은 서서히 자랍니다. 암종에 따라서 속도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개 1년에 15배쯤 커집니다. 암이 진단되려면 0.5~1cm가 되어야 합니다. 1cm 크기의 암은 암세포의 숫자가 10억 개라고 합니다.

암세포가 1년에 15배씩 커져서 10억 개가 되려면 계산상으로 대략 7~8년 정도 됩니다. 중간에 면역이 바로잡혔다면 역전될 수 있었을 텐데, 계속 면역기능이 약했다는 말입니다. 즉, 암을 진단받기 최소 7년 전부터 현재까지 계속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는 결론입니다.

표준 치료 후에도 꾸준한 치료 및 관리 필요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는 암을 목표로 하는 치료이지 우리 몸의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치료는 전혀 아닙니다. 그런데도 많은 환우분들이 표준치료가 종결되면 암 치료가 끝났다고 생각하십니다.

100% 암을 없앴다고 칩시다. 그래도 암은 매일 수천 개씩 새롭게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이 암세포들을 억제할 면역력이 있어야 합니다. 애초에 면역력이 약해서 암 환자가 되셨는데, 표준치료를 통해서 면역기능은 더 떨어졌으면 떨어졌지 오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암을 진단받기 전의 생활로 복귀해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치 대학 입시를 위해서 불철주야 매진하던 고3 학생이 대학 합격통지서를 받아든 그 날부터 부어라, 마셔라 해이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분들은 다시 일하시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무리하게 됩니다. 담배는 안 피우더라도 옆 사람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로 간접흡연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합니다.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먹고, 밤늦게 TV를 보고, 야식하고, 오염된 환경 속으로 거리낌 없이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결과는 뻔할 것입니다.

암 1기나 2기라면 그나마 낫습니다. 표준치료를 통해서 정말로 암을 100% 없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3기나 4기라면 수술, 항암, 방사선 그 어떤 치료를 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암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분들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생활하신다면 7년이 아니라 훨씬 빨리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될 것입니다. 아니, 애초에 암이 완전 제거되지 못했으니 그 암이 계속 자란 것이지 재발이나 전이라고 말할 수도 없겠습니다.

항암치료 중에는 독한 약에 의해 암이 억제되고 있었지만, 항암치료를 종결한 순간부터 암은 눌러놓았던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이 급속히 자라게 됩니다.

CT나 MRI에서 암이 완전히 없어졌다는 설명을 들었고, 그래서 항암치료를 종결한 건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CT나 MRI에 암이 발견되려면 암의 크기가 1cm, 최소 0.5cm는 되어야 합니다. 크기가 0.5cm보다 작으면 암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검사에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검사상 암이 없어졌다는 말은 암이 완전히 없어졌다는 뜻이 아니라, 사진에서 발견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셔야 합니다.

CT에 암이 없어졌다는 설명을 들은 지 6개월 만에 전신으로 암이 퍼졌다는 사람도 가끔 만납니다. 모든 암 환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원칙이지만, 특히 3기나 4기 암 환자라면 표준치료 종결이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열심히 노력하셔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암 3기나 4기의 항암치료는 완치가 아니라 암을 억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항암을 해서 효과가 있으면 사진에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암의 크기가 작아지게 됩니다. 이를 ‘관해’라고 표현합니다. 완치가 아니라 관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지금은 안 보이지만 언제든 다시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항암치료를 해도 항암제의 효과가 없다면 암이 자라게 됩니다. 그러면 안정, 또는 진행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때는 항암제를 바꾸게 됩니다. 이때 선택한 두 번째 항암제를 2차 약이라고 합니다. 2차 약으로 항암치료를 했는데 또 안 듣게 되면 3차 약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런데 항암치료를 시작할 때 가장 효과가 좋을 거로 예상되는 약제를 1차 약으로 선택합니다. 그 약이 안 듣게 되면 차선의 선택으로 2차 약을 선택하며, 2차 약이 안 들으면 차차선의 선택이 됩니다. 갈수록 암 치료 확률이 낮아지는 것입니다.

통합 암 치료를 앞두고 안타까웠던 환자 사례

담도암 4기 환자분이 계셨습니다. 수술은 불가능했고, 항암치료로 3차 약까지 치료했는데도 암이 오히려 커졌습니다.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몸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고, 암은 더 커졌습니다.

담도암은 원래 항암치료에 잘 듣지 않는 암입니다. 최근에는 젬시타빈과 시스플라틴이라는 항암제의 병행치료로 평균여명이 조금 늘어서 많이 시도하고 있습니다만, 완치는 불가능합니다.

이 환자분도 처음에 젬시타빈과 시스플라틴을 선택했습니다. 이 약제들이 잘 듣지 않아서 다른 약제들을 두 번 더 선택했으나, 몸 상태만 나빠져 버렸습니다. 대학병원에서도 이제 더는 선택할 항암제가 없다며 치료 불가 판정을 받고 제게 오신 분이었습니다.

우선 환자분께 암의 원인과 치료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렸습니다. 몸의 면역상태를 바로잡는 것이 중요한데, 이분은 우선 몸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영양치료와 면역치료를 한 달 반 정도 병행하니 몸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표준치료로는 치료할 수 없으니 자연치유와 통합 암 치료로 암을 이겨내자고 굳게 약속하고 식이요법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 드렸습니다.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하기 바로 전날, 대학병원 외진이 예약되어 있다고 다녀오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대학병원에 가서 몸 컨디션이 괜찮으니 항암치료를 다시 하자는 주치의의 설명을 듣고는 바로 당일에 항암치료를 받고 오셨습니다.

항암치료 중에는 식이요법이 불가능합니다.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몸을 추스르기조차 힘든 상황에 음식을 제한하는 식이요법은 오히려 몸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조요법만 시행했고, 두 번째 항암치료를 받으러 가셨다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패혈증으로 중환자실에 들어갔다가 그대로 사망하셨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제 설명을 이해하신 분이라면 제가 왜 안타까워하는지 이해하실 겁니다. 혹시 이해가 안 된다면 처음부터 다시 반복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No comments
Write CommentLIST
WRITE COMMENT

위로이동